2022 세계자연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불의 숨길 아트프로젝트
물과 불: 접경공간
2022. 10. 1 - 10. 16
처절한 열기가 만들어 낸 것은 생명이었다. 우리가 걷는 이 길은 불이 뿜어낸 생명의 길이다. 허나 이곳은 척박한 땅이다. 토양 1cm가 쌓이는 데 200여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불이 만들어낸 이 땅에 흙이 쌓이고 씨앗이 뿌리를 내리는데 걸렸던 시간은 짐작하기 힘들 만큼 긴 시간이었을 게다. 어렵게 얻은 생명이었다. 우리가 보고 있는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바위에 붙은 이끼 한 가닥이 소중한 이유다. 
이 숲과 이 땅은 삶과 죽음의 접경지대였다. 70여 년 전의 이야기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이 숲에 숨어들었던 사람들은 용암이 만들어낸 굴속이나 궤 안으로 들어갔다.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함께 갔다. 함께 들어갔지만 함께 나오지는 못했다. 모두의 안위를 걱정해 엄마가 자식의 숨을 막아야 했던 곳이 이곳이다. 살아남은 자는 말이 없었다.
힘겹게 바위를 붙잡고 오랜 세월을 버텨낸 나무는 이 모든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무가 보았던 모든 것들은 숲속 깊은 곳에 저장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입 닫은 돌은 끝내 말이 없다. 
돌의 침묵: 사운드 설치, 스테레오 스피커, 앰프, 대용량 배터리
이곳에는 함몰구 인근 덕천굴과 목시물굴에 숨어 4·3의 격랑을 견뎌낸 사람들의 증언이 교차 편집되어 있다. 칠흑 같은 굴속에서의 생존기, 토벌대에 발각되어 쫓기다 가족을 잃은 사연, 그리고 은신처가 발각될까 두려워 우는 아기의 입을 막았다가 끝내 아이를 잃고 만 비극적인 목소리들이 흘러나온다. 여기에 70여 년 전 제주의 참상을 전하는 생존 희생자 십여 명의 생생한 증언과 태아의 심장 소리가 더해져, 마치 제주 땅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듯한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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