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빛
A Single Light
백열전구 아래에서는
그림자조차도 숨죽이고 있어야 해서
어쩌면 저 무성한 덤불 속
움츠린 등불 아래에서 그늘져 있는 것이겠지요.
조금 있으면 보초가 바뀌는 시간이군요.
어째서 공동 수도는
언제나 이렇게 물방울만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까?
에오라지 물보라가
이름 없는 비석에 흥건히 젖는
그런 도깨비불의
안개 물방울이 되어주지는 못합니까?
타오르지도 않는 불이 그저 그을리기만 하고
늘비한 집 지붕은 시커멓게 가가앉을 뿐입니다.
누구입니까?
그 어둠 속을 다가오는 이는?
구군가 거기에
당신은 있습니까?
「불」 중에서
김시종_『광주시편』, 푸른역사,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