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스타 인 제주 ART FESTA IN JEJU
기록되지 않은 섬
2025. 10. 24 - 11. 2
산지천 일대
보는 눈, 없는 말
사진을 중심으로 시간의 흔적을 탐구해 온 양동규는 이번 전시에서 물과 소리, 이미지를 결합한 야외 설치를 통해 제주 4·3의 기억을 현재로 불러낸다. 그는 산지교에서 물길이 내려다보이는 산지천 물속에 숯, 숟가락, 탄피, 인물의 눈을 담은 사진을 설치하고, 숲을 태울 때 부는 바람 소리와 제주 4·3 굿의 신방 소리를 각각의 스피커로 울리도록 했다. 불규칙하게 울리는 소리와 물속에 떠있는 이미지는 서로 맞물리며,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이 교차하는 장면을 만든다.
제주 4·3 유적지에는 집터와 생활용품, 탄피 등 일상과 폭력이 뒤섞인 흔적이 남아 있다. 그 속에서 발견된 숯은 불타던 순간과 사람의 체온이 응축된 잔여물로,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불을 붙이면 여전히 살아 불꽃을 일으킨다. 꺼져야 할 불이 물속에서 다시 타오르는 듯한 장면은 숯이 단순한 잔해가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는 기억임을 보여준다. 탄피는 폭력의 흔적이자 단절된 삶을 상징하며, 숟가락은 피난과 결핍 속에서도 이어지던 일상의 흔적을 담고 있다. 이 사물들은 사건의기억을 압축한 매개체로, 작가는 이를 물속에 두어 멈춘 과거의 시간이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는장치로 삼았다.
관람자는 물속에 떠 있는 사진 속 시선과 마주친다. 물결 속에 흔들리는 눈동자는 생동감을 주면서도,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없는 시선은 긴장감을 조성한다. 불안정한 듯 살아있는 시선은 현재의 시선과 교차하며 기억의 경계를 흔들어 놓는다. 작가는 한라산 깊은 숲에서 수습한 사물들을 한지에 인화해 물속에 띄웠다. 한지는 물결을 머금으며, 전시가 지속되는 동안 그 흔적이 표면에 남는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기억이 스며들고 변주되는 과정이 드러내는 것이다. 이때 공간을 감싸는 소리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들리는 듯 온전히 해석되지 않는 소리는 “기록되지 않은 섬의 이야기”이다.
김유민 큐레이터
보는 눈 The Gaze, 2025
숯 Charcoal, 2024
타는 숯 Live charcoal, 2025
결국 사라지는 것들 Things That Eventually Disappear,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