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두_2022 / ⓒ2022. 양동규
숟가락_2022 / ⓒ2022. 양동규
우리가 딛고 서있는 이 땅은 불이 뿜어낸 생명의 땅이다. 허나 불이 뿜어낸 땅은 척박한 땅이다. 토양 1cm가 쌓이는 데 200여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불이 만들어낸 이 땅에 흙이 쌓이고 씨앗이 뿌리를 내리는데 걸렸던 시간은 짐작하기 힘들 만큼 긴 시간이었을 게다. 어렵게 얻은 생명이었다. 
이 숲과 이 땅은 삶과 죽음의 접경지대였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이 숲에 숨어들었던 사람들은 용암이 만들어낸 굴속이나 궤 안으로 들어갔다.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함께 갔다. 함께 들어갔지만 함께 나오지는 못했다. 모두의 안위를 걱정해 엄마가 자식의 숨을 막아야 했던 곳이 이곳이다. 살아남은 자는 말이 없었다.
힘겹게 바위를 붙잡고 오랜 세월을 버텨낸 나무는 모든 것을 보았을 것이다. 나무가 보았던 모든 것들은 숲속 깊은 곳에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아직도 깊은 숲 곳곳에는 기억의 흔적이 남아있다. 누군가를 향했던 탄두, 누군가가 삶을 연명하기 위해 사용했던 숟가락이 남아있는 기억의 흔적이다.
「불의 숨길 아트프로젝트」 작업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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