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태풍이 토해 놓은 파도다. 밀려오는 파도는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 흩날리고 뒤집어진다. 태풍이 인간에게는 재앙이 되기도 하지만 자연에게는 이득이 되기도 한다. 특히 한바탕 격랑에 휩싸였던 바다는 실 보다 득이 많다. 격랑이 기다려질 때가 있다. 뒤집어지는 바다, 뒤집히는 하늘, 휘갈겨지는 숲의 나무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이 그렇다. 며칠간 이어지는 폭염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몇 년간 이어지는 팬데믹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치솟는 물가, 대책이 없다는 나라의 수장, 그런 수장의 존영을 논하는 권력을 가진 자 등등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사상 검증이니 폭도니 북송이니 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뉴스를 듣고 있자면 격랑은 이미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신경질적인 뉴런의 반응이다. 예상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겪었을 때 오는 반응이다. 결코 기분 좋을 수 없는 찝찝함이 누적될 때 느끼는 반응이다.
아, 지금 쫌, 바다와 하늘과 숲이 뒤집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