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섬, 2021 / ⓒ2022. 양동규
입 다문 바위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요즘이다. 
몇 해 전 가 닿았던 시점을 찍은 사진 한 컷에 대한 현재 시점의 단상이다.
사진을 고르다 눈에 들어온 바위는 어린 내가 놀던 바닷가에 서있다. 바위를 찍은 나는 어른이다. 어린 내가 보았던 바위는 어른인 내가 보는 바위와 다르다. 바위가 변한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시점이 변한 것이다. 시점은 시간의 어느 한 지점이다. 시점은 시선이 처음 가닿은 점이다. 내가 바라보는 하나의 현상 또는 상은 시점의 변화에 따라서 만들어진다. 나는 나의 시선에 와닿은 시점을 담는다. 시선에 와닿는 것은 내면에서 가시화 된 것을 포착한 것이다. 담는다는 것은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것을 배경에서 때어 놓고 바라보는 것이다. 
……
깊은 바다속에서 솟구쳐 오른 마그마는 다시 바다를 만나 용솟음친다. 거친 파도는 뜨거운 용암과 조우하며 울부짖는다. 그렇게 식어갔던 굉음은 입 다문 바위가 되어 묵묵히 수천 년의 시간을 보냈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풍경은 아버지가, 아버지의 아버지가 바라보았을 풍경이며 어머니가 있는 풍경이다. 어릴 적에 보았던 나무는 사라지고 숲은 커져간다. 높아 보였던 산은 작아지고 바다는 죽어간다. 바위는 어릴 적에 보았던 모습 그대로다. 변한 것은 바위를 바라보는 어른이 된 나다. 인류는 시그모이드곡선의 성숙기를 지나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남은 것은 소멸기 뿐이다. 
이제는 들어야 한다. 듣기 위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파도의 굉음과 돌의 침묵이 마지막 발악을 한다. 
‘기후변화는 전적으로 인간 활동에 의해 초래되었다.’(IPCC 제6차 보고서,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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