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돌이 숨었다. 숨은 돌은 보이지 않지만 드러나 있다. 숨은 돌은 부드러우면서도 차갑다. 봄이 오면 숨은 돌은 검은 돌이 된다. 검은 돌은 여름에 만났다. 장마가 막 시작될 무렵이다. 장맛비가 오기 시작할 때 돌은 검게 변했다. 사실 검은 돌은 검지 않다. 대부분 그렇다. 그렇게 짙은 검정의 돌은 많지 않다. 물에 젖었을 때 검게 변하고 더 무거워진다. 돌은 언제나 거기에 있을 것 같으면서도 있지 않을 때가 많다. 돌도 움직인다. 변한다. 시간은 숨은 돌을 검은 돌로 검은 돌은 더 검은 돌로 변하게 한다. 돌은 어떻게든 움직인다. 깎이고 깨지며 부드러워지고 날카로워진다. 항상 있을 것 같았던 돌은 사라지고 다른 돌이 생겨난다. 돌이 변하는 것은 돌의 의지와는 상관없다. 변하게 만드는 것은 자연이다. 자연은 돌을 천천히 부드럽고 느리게 변화시킨다.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처럼 천천히 변한다. 그런데 사람은 돌을 쉽고 빠르게 바꾼다. 때론 무섭게 돌을 변하게 한다. 가끔 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신비롭게 느껴진다. 돌은 수십 수만 년을 살았다. 버티며 변해온 시간이 만들어낸 신비로움이다. 신비로운 돌은 그렇게 그곳에 있었다. 다시 가면 그 돌은 없을 것이다. 아니면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