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라 뜻밖의 자리에서 마주할 때엔 이상한 기분이 들어. 그게 연결되지 않은 장소여서 그렇기도 하지만 도저히 연결되지 않는 공간, 어쩌면 다른 세상에서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거든. 그런데 그게 그것들이 원하는 장소이거나 위치는 아니었을 거란 거지. 그래도 어찌 되었든 존재해왔던 것이고 존재하고 있고 존재해가는 것이어서 의미는 있지 않을까 하는 거야. 그런데 가끔은 그곳에 있으면서도 없는 것 같은 존재도 있거든. 그곳에 있지만 전혀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것들도 존재하는 거지.”
얼마 전에 끝난 화제의 드라마 「나의 해방일기」에 나온 염미정의 대사를 각색했다.
사진을 찍은 곳은 오키나와 헤노코 인근이다. 현재 미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는 곳이다. 기지건설 현장을 조망할 수 있는 조그마한 산의 입구에서 만났다. 생뚱맞게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 있는 것은 본래 땅속에서 나온 것이지만 바다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그곳에 이었던 것처럼 자리를 잡고 앉았다.
테트라포드가 있는 곳은 숲속이다. 숲속에 있는 테트라포드도 그 본래의 역할을 하지는 못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것은 테트라포드이다. 본래의 자리가 아닌 곳에 있음으로 해서 더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도드라져 보여서 불편하다.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곳에 있음으로 해서 불편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에 뜻밖의 자리에 나타난 것을 마주하게 될 때 느끼는 감정은 불편함이다. 어색하고 불편하고 기분이 나쁘다. 본래의 자리로 돌려보내야 하지만 이미 늦었다. 너무 무겁게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