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 2021 / ⓒ2022. 양동규 
보는 나무, 기억을 담은 산 
아니시나베 세계관에서는 나무를 사람으로 친다. 나무는 ‘서 있는 사람들’이다.          _「향모를 땋으며」 로빈 윌 키머러 
우리에게 오래된 나무는 하늘과 땅을 연결해 주는 신목이었다. 나무는 서 있는 사람들이고, 서있는 시간을 겹겹이 쌓아 올리며 오랜 세월을 버텨낸 나무를 신목이라 불렀을 것이다.
오랜 세월을 버티며 서 있었던 나무는 흘러간 모든 것을 보았을 것이다. 나무가 보았던 모든 것들은 기억이 뉴런들과 시냅스들에 인코딩되어 저장되는 것처럼 숲속 깊은 곳에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무가 보는 모든 것들이 뿌리를 타고 새로 내린 뿌리를 통해 다른 나무로 다른 풀로 다른 숲으로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저 산은 그 모든 기억을 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산속 깊은 숲을 거닐다가 내려와 돌아본 산은 기억을 드러낼 수 없어 다문 입처럼 묵묵하다. 다시 산속 깊은 숲을 거닐며 산은 이런 기억을 갖고 있을 거라고, 그 기억을 끄집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신이 아닌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어 답답하다.
또다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들의 실마리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보는 나무를 보며 이야기한다. 그날 나무가 보았던 산의 기억을 우리에게도 이야기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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