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 ᄉᆞᆫ 땅 (부분), 2017 / ⓒ2022. 양동규 
태 ᄉᆞᆫ 땅으로 가는 포털
곶자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고사리다. 이른 아침 작정하고 나선 산책길에서 만났다.
이 시기의 아침은 부드럽다. 막 떠오른 해가 뿌려낸 빛은 옅은 안개 사이로 은은하게 떨어진다. 이 시기는 새로 돋아나 펼쳐진 연둣빛 순이 점점 짙어지는 시점이다. 검은 돌과 검은 흙 위에 펼쳐져 있어 그런지 더 도드라져 보이는 연둣빛 고사리였다.
카메라에 담아온 고사리를 사진 편집 프로그램으로 불러와 찬찬히 들여다보며 현상을 진행한다. 이른 아침의 빛이어서 그런지 차분하다. 노출을 좀 더 줄여 배경을 어둡게 만들었다. 밝은 부분은 더 밝게 올렸다. 연두색 잎이 더 밝아진다. 초록을 제외한 나머지 색의 채도는 조금 낮췄다. 흔한 고사리가 조금은 특별한 무언가로 바뀌어가는 느낌이다. 다시 찬찬히 살피면서 어디론가 흘러 들어가는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현상을 하다 마지막에 시선이 머문 곳이 태 ᄉᆞᆫ 땅으로 이끄는 포털이다.
“땅의 기억을 알았던 제주 사람들에게 ‘태 사른 땅’은 ‘나’라는 인간의 시작이자 총체”(김동현)였다. 저 포털을 통하면 땅이 기억하는 또 다른 제주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라는 인간의 시작점 이전의 시간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땅이 기억하고 있는 어느 시간대로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미래의 땅이 가지고 있는 기억을 연결해 줄지도 모르겠다.
저 포털을 통하면 마치 어느 판타지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멀티버스의 세계 속으로 안내해 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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