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모루-해무, 2022 / ⓒ2022. 양동규 
올해 처음 보는 바다안개다. 한낮 태양의 열기는 벌써 여름인가 싶을 정도로 뜨겁더니 겨우내 차갑게 내려앉았던 바다를 덥히고 있었던 모양이다. 4월의 늦은 오후, 바닷바람을 타고 올라온 안개는 차갑다. 차가운 안개는 모든 사물을 흐릿하게 가려버린다. 흐릿한 안개 덕분에 맨눈으로는 바라보기 힘든 태양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게 됐다. 뜨거웠던 한낮의 햇빛이 안개에 가려질 즘 바다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점점 더 많아진다. 주변의 소음도 줄어든다. 점점점. 파랑의 흔적만이 귓가에 고요히 와닿을 즘 어디에선가 깊은숨을 내뱉는 소리가 들려온다. 숨비소리다. 바다 깊은 곳에서 뿜어져 올라온 ‘숨’이다. 머뭇거린 순간 ‘숨’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놓쳤다. 앞인지 뒤인지 옆인지 바다 속인지 갯가의 바위 속인지 소리의 지점을 찾기가 힘들어진다. 소리는 계속 움직이고 있다. 지금 이 시점이 정동일까? 움직일 수도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시점이다. 불안한 것은 안개가 더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물을 감추어 버린다는 것이다. 깊은 안개는 내면의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멈춰 서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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