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펜이-진달래, 2021 / ⓒ2022. 양동규
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
4월이 오면 진달래는 피어납니다.
한겨울 숨은 돌이 검은 돌로 바뀔 때 즘 계곡 사이사이에서 수줍게 피어납니다.
오름에 봉화를 올리기 전에 이미 한라산 자락 깊은 계곡에 진달래는 피어올랐습니다.
진달래는 제주에서 피어올라 한반도 곳곳으로 번져갑니다.
4월을 맞아 시 두 편을 소개합니다.
(……)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놓고, 갈아엎었으면
이 균스러운 부패와 향락의 불야성 갈아엎었으면
갈아엎은 한강연안에다
보리를 뿌리면
비단처럼 물결칠, 아 푸른 보리밭.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갈아엎는 달.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일어서는 달.

신동엽의 시, 「4월은 갈아 엎는 달」의 한 부분입니다.
아래 시는 김시종의 시 「봄」의 부분입니다.

봄은 장례의 계절입니다.
소생하는 꽃은 분명히
야산에 검게 피어 있겠죠.

해방되는 골짜기는 어둡고
밑창의 시체도 까맣게 변해 있을 겁니다.

나는 한 송이 진달래를
가슴에 장식할 생각입니다.
포탄으로 움푹 팬 곳에서 핀 검은 꽃입니다.

더군다나, 태양 빛마저
검으면 좋겠으나,

보랏빛 상처가
나올 것 같아서
가슴에 단 꽃마저 변색될 듯합니다.
(……)
한반도의 산천이 진달래로 뒤덮이는 4월은, ‘장례의 계절’이 되어버린 4월은, ‘갈아엎는 달, 일어서는 달’입니다.
진달래로 피어올랐던 항쟁의 불꽃은 끝내 동백꽃 떨어지듯 떨어져 사그라졌습니다.
그래도 다시 진달래꽃은 피었습니다. 다시 일어서는 달이 되었습니다.
성공하지 못한 항쟁은 다시 진달래로 피어날 것입니다.
진달래로 피어오르는 4월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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