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현상에 대한 투쟁
어이없는 현상의 연속이었다.
고난의 시작이었다. 한 줌도 안 되는 흙에 뿌리를 내렸다.
주위는 온통 돌밭이었다. 돌 틈 사이를 힘겹게 파고들며 흙을 찾아 물을 찾아 뻗어 나갔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수십 년, 어쩌면 일백 년을 훨씬 넘겼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세월을 보낸 흙 좋고 물도 좋은 땅에 사는 것들 보다 몸집이 많이 작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더 단단한 뿌리로 바위를 움켜쥐고 버텨낸 세월이라 탄탄한 몸집을 만들었다.
그런데 웬걸, 생각도 못했던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
난생 처음 듣는 굉음과 함께 돌이 깨어져 나가고 뿌리가 잘려 나가고 몸통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닥쳐올지도 모를 위기에 잔뜩 움츠려 들기도 하지만 멈출 수는 없다.
산산이 부서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래도 계속 나아갈 수밖에 도리는 없다. 지금까지도 그래왔다. 주어진 현실에 대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과학은 발전하지만 인간 정신은 진보하지 않는다.”(레오폴트 폰랑케)해도 투쟁은 계속 될 수 밖에…
어이없는 현상에 대한 투쟁은 요시타와 히로미쓰가 쓴 「어이없는 진화」에서 따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