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고 있다. 아직 겨울이다. 며칠 쏟아진 눈이 쌓였다가 녹아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오름이 넓게 펼쳐져 보이는 들판 어디 즘일 것이다. 한 번 힘차게 몰아붙였던 눈구름이 지나가고 햇빛을 받은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사라진다. 봄이 오고 있어서 그런지 쌓였던 눈은 금세 질퍽거리는 잔여물이 된다. 소 먹일 풀을 키워 냈을 것 같은 들판을 지나 가시덤불 앞에 섰다. 소도 들어갈 엄두가 안 났던지 가시덤불이 무성하다. 그 앞에 웅크리고 앉아 덤불 사이로 하늘을 쳐다봤다. 눈구름을 다 휘날려 보내고 남겨진 구름이 빠르게 흘러간다. 그 사이사이에 파아란 하늘이 다시 비친다. 언젠가 그려보았던 상상 속 하늘이다. 숨죽여 바라봤을 하늘, 숨죽여 바라봐야만 했을 하늘, 목숨을 걸고 바라봤을 하늘을 상상했었다.
파아란 하늘은 봄을 맞는 빛이었다. 진달래 피어나던 그 해 봄에 바라봤을 하늘이었다. 그 하늘은 삶의 끝에서 보았을 하늘일지도 모르겠다.